로비 영화 리뷰 하정우 출연진 줄거리

하정우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로비'는 이름처럼 비즈니스 세계의 뒷거래와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접대를 다룬 블랙코미디입니다. 2013년 '롤러코스터'로 감독 데뷔한 후 '허삼관 매혈기'에 이어 다시 코미디로 돌아왔지만, 과연 이 영화가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하정우의 입지를 회복시켜줄 수 있을까요? 제작비 70억이 투입된 이 영화가 가진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목차
영화 '로비'의 줄거리
※ 스포일러 주의
'로비'는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작은 스타트업의 대표 윤창욱(하정우)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투자를 받기 위해 온갖 수모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한때 절친이었다가 최대 라이벌이 된 송광우는 윤창욱에게 800억에 회사를 넘기라는 제안을 합니다. 당장 50억을 갚지 못해 회사 존폐 위기에 처한 윤창욱이지만, 라이벌과의 악연 때문에 이를 거절합니다.
대신 그는 4조 규모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평소에는 절대 반대했던 '로비'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이 사업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은 관련 부처의 장관인 오양숙과 실장인 최후연입니다. 최후연을 공략하기로 한 윤창욱은 그가 골프에 미쳐있다는 정보를 얻고, 부랴부랴 골프를 배우며 최후연이 좋아하는 골프 선수까지 섭외합니다.
그렇게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도는 과정에서 최후연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별의별 일을 다하는 윤창욱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동시에 같은 골프장 다른 코스에서는 송광우가 유명 배우 마태수를 대동해 오양숙과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이미 두 사람은 모종의 거래를 완료한 상태지만, 오양숙과 골프장 대표의 관계, 마태수의 과거 연애사까지 얽히면서 골프장은 점점 난장판이 되어갑니다.
전반부의 가능성: 블랙코미디로서의 장점
'로비'의 전반부는 꽤 볼만합니다. 하정우 감독이 코미디에서 가진 소질, 특히 화려한 언변을 무기로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대화 기술은 종종 웃음을 자아냅니다. 대사가 많고 빠르게 진행되어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마치 코미디 프로그램처럼 배우들의 주고받는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더불어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것이 아닌 풍자와 비판을 담으려는 시도도 돋보입니다. 투자가 절실한 스타트업 대표에게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주면서도 진심으로 듣지 않고 온갖 모욕을 주는 투자자들의 모습, 기술력 하나로 승부하려는 창업자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현실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입니다.
"공정하게 진행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보다 뒷거래를 하는 게 낫다"는 대사나, 기술의 우수성보다 로비에 따라 국책사업이 결정되는 현실에 대한 묘사는 현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이러한 비틀어진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풍자하려는 하정우 감독의 의도는 분명 공감가는 부분입니다.
제목부터 문제인 '로비'의 두 가지 약점
하지만 '로비'에는 두 가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목이 잘못됐다는 점입니다. '로비'라는 제목을 본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복잡하고 치밀한 로비 과정을 기대하게 됩니다. 특히 주인공과 라이벌이 등장하니 두 사람이 어떻게 경쟁적으로 로비를 진행할지 궁금증을 갖게 만듭니다.
그러나 막상 본론으로 들어가면 영화는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던 '롤러코스터'에서 무대만 골프장으로 바꾼 듯한 느낌을 줍니다. 치밀한 로비 계획이나 흥미로운 전략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전부입니다. 차라리 '접대 골프'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을 정도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코미디 영화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안정적인 연출을 지향한 탓인지 블랙코미디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시종일관 낙차가 적은 리듬으로 흘러갑니다. 심지어 클라이맥스 장면마저도 연기와 연출에 힘이 실리지 않아 통쾌함보다는 더러운 인상만 남깁니다.
이런 영화를 보러 현재의 관객들이 극장까지 찾아올까요? 최근 개봉한 '아마존 할망구'나 '히트맨2'는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요소들로 화제성이라도 노릴 수 있었지만, '로비'는 코미디 영화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에너지가 부족해 관객의 폭이 상당히 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도한 인물 구성과 실패한 물량공세
'로비'에는 여러 배우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데, 이는 하정우의 데뷔작 '롤러코스터'와 닮은 점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번에는 이 요소가 장점보다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명확한 역할을 하는 네다섯 명의 배우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물들은 오히려 이야기를 혼란스럽게 만들뿐입니다.
예를 들어, 박혜수가 연기한 골프장 대표는 갑자기 등장해 "이 사람은 또 누구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하고, 현봉식이 연기한 신부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골프장 대표의 부인 역의 자주영, 그리고 최시원이 연기한 캐릭터는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러운 소동을 만들어냅니다.
이들 캐릭터는 영화의 결말을 위한 빌드업 도구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쓰임새가 섬세하지 못해 '소동을 위한 소동'에 그치는 느낌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오히려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가 한결 자연스러웠습니다.
또한 김희성이 연기한 최우현은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추악한 캐릭터로 잘 표현되었으나, 강해림이 연기한 골프 선수의 연기는 매우 애매한 인상을 줍니다. '썸바디'에서도 그랬듯이, 그녀의 연기가 좋은지 혹은 부족한지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론: 가성비 부족한 코미디
결론적으로 '로비'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코미디로는 현재 극장가에서 많은 관객을 사로잡기 어려운데, 제작비가 70억이나 투입되었다는 점은 가성비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입니다. 흥행 성공보다는 손실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비'가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와는 별개로, 이는 현재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뼈아픈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평범한 재미와 기술로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로비'는 과거라면 이렇게까지 인색하게 평가할 영화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예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졌습니다. 하정우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 보여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장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비'와 하정우의 이전 작품 '롤러코스터'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A: 두 영화 모두 하정우 감독의 코미디 연출작으로, 다수의 인물들이 제한된 공간(롤러코스터는 비행기, 로비는 골프장)에서 벌이는 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두 작품 모두 하정우 특유의 화려한 언변과 빠른 대화를 활용한 코미디 장면이 특징입니다.
Q: '로비'의 제작비 70억은 많은 건가요?
A: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의 제작비가 6억이었던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금액입니다. 코미디 영화치고는 상당히 높은 제작비라고 볼 수 있으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려면 매우 많은 관객을 동원해야 합니다. 현재 극장가 상황과 영화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이 정도 제작비는 가성비가 낮다고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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